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생각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수술 전날까지도 수술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카페며 블로그 글들을 찾아보게 된다. 준비물이 빠진 것은 없는지, 미리 구비해야 할 것은 다 챙겨두었는지, 등등... 나 역시 내 수술을 담당할 의사에게 궁금한 것들은 죄다 물어보고 왔다고 생각했음에도 계속 궁금한게 생각나 수술하러 가는 길에도 검색을 해댔었다. 그 때를 떠올리며 내 기준, 수술 직전까지도 궁금했던 부분들을 모아 Q&A를 준비해 보았다.
수술 전 시력 근난시 -7 에서 최고 예상시력 1.0 이었으나, 1년 9개월차인 현재 건강검진이나 안과진료 때마다 측정하면 1.2-1.5 찍고 있다. 부족함도 지나침도 없도록 유의하며 관리했고, 그래서 필연적인 부작용인 빛퍼짐도 수술 전에 비해 오히려 더 줄었고 안구건조증도 없는 상태이다.
암막커튼은 필수? 수술 후 빛은 절대 보면 안되는가?
수술 후 티비나 모니터, 핸드폰도 절대 보면 안되고 빛도 보면 안되니까 암막커튼은 필수다? 라식라섹 카페를 가보면 수술후기에 이런건 필수사항이라서 당연히 준비해놓고 수술실 들어갔다는 말이 많이 보인다. 물론 수술 직후에는 밝은 빛을 보는게 당연히 힘들다. 마취도 덜 풀려서 생각보다 안아프네? 싶기도 하고 눈꺼풀이 편하게 깜빡여지지 않기도 하는데 눈을 똑바로 뜨고 빛을 볼 여력이 어딨겠는가. 환한데서 눈 뜨는게 힘들거라서 수술 당일에 선글라스나 모자를 챙겨오라고 하는 것이지 빛을 절대 보면 안되서 챙겨 오라는 것이 아니다. 평생 어둠 속에 살 것도 아니고...
내가 수술했던 병원에서는 수술 당일에는 아마 내가 힘들어서 못할거고, 수술 다음날부터는 핸드폰도 보고 티비도 보고 모니터도 보고~ 그냥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하라고 했다. 다만, 절대 초점 안맞고 잘 안보인다고 찡그리면서 선명히 보려고 눈에 무리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내 생각에도 이건 그냥 내 각막을 렌즈모양으로 깎는 수술을 한 것일 뿐이니 일상생활 하면서 자연스럽게 빛도 보고 어둠도 보고 먼 것, 가까운 것 다 자연스럽게 보면서 눈이 적응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있겠지만, 뉴스에서 어둠 속에 오래 갇혀 있던 사람들이 구조되는 장면을 보면 갑자기 밝은 빛을 보면 안되기 때문에 눈을 가려 빛을 차단시켜준 후에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우리는 수술 후 각막이 새로운 모양을 갖게 되었으니 이 각막모양에 우리 눈의 초점조절력이 서서히 따라와야 하는데, 암막커튼치고 어둠의 방에서 지내다 잠깐 밖에 나올 때면 또 선글라스로 어둡게 톤다운 된 세상을 보며 계속 눈을 어둠 속에만 두다가 어느날 갑자기 빛을 본다면? 한참 확장된 채로 지내던 동공이 갑자기 수축도 해야하고 변해버린 각막모양에 초점 맞추느라 적응도 해야하니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개인차가 있으니 빛을 보는게 너무 힘들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모든 생활을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시력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블루라이트/자외선 차단 안경은 근시퇴행 방지를 위해 필수다?
일단, 자외선 차단 안경은 수술 후 6개월까지는 필수다. 자외선은 멀쩡한 피부에도 해로워서 선크림까지 바르지 않는가. 수많은 후기들을 보면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6개월에서 1년까지도 권장한다는 것 같은데, 자외선 차단 안경은 수술 직후부터 주기적으로 경과체크 받으러 다니는 6개월까지는 필수이고 그 이후라도 쭉 착용해서 나쁠 거 없다.
그러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은 사실 잘 모르겠다. 조금만 찾아보면 블루라이트와 시력저하의 연관성이 높지 않다는 증거나 전문가 견해를 많이 볼 수 있다. 블루라이트는 눈을 통해 뇌에 각성효과를 일으키고, 그래서 잠이 부족해지면서 눈에도 피로감을 준다는 것 까지도 개연성은 있었다. 하지만 블루라이트가 직접적으로 수술한 눈의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는 주장은 대개 신빙성 없는 근거들을 증거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고, 대부분 안경점 또는 안경점을 같이 운영하는 안과 블로그라서... 개인적으로는 블루라이트 차단렌즈 마케팅으로만 보였다.
게다가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이 들어간 렌즈는 선글라스와 원리가 같은건지 미세하게 누런 색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게 되게 거슬리고 답답하다. 그 오랜세월 도수 높은 안경을 끼면서 자외선차단 기능을 같이 넣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라섹 후 블루라이트/자외선 차단 겸용 안경을 쓰게 되니 확연히 느껴졌다. 끼고 있으면 점점 시야가 탁해지고 답답한 느낌까지 들어 실내에서는 아예 안경을 쓰지 않았다. 실내에서 안끼고 지내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외출시 안경을 챙겨 다니는 것도 점점 소홀하게 되서.. 6개월간은 매번 그냥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안경 챙겨 다시 나가며 정말 겨우겨우 썼던 것 같다.
만약 자외선차단 기능만 있지만 차단률이 확실하고 고가인 렌즈와, 가격대도 무난하면서 자외선과 블루라이트 차단도 어느정도하는 겸용 렌즈가 있다면 난 자외선차단만 되는 렌즈를 살거다. 그러나 밤시간 늦게까지 아이패드(스마트기기)를 사용해 문서를 보는 사람이거나, 잠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저녁시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때 만큼은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잠들기 전 블루라이트 안구마사지는 그 다음날 눈이 건조하다 못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게 해준다.
간단하게, 밤늦게 스마트기기를 써야 하는 사람은 "안구건조증 예방을 위해" 블루라이트/자외선차단 겸용 렌즈를 쓰고, 그런 습관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면 "시력저하 및 근시퇴행 방지를 위해" 자외선차단 기능이 월등한 렌즈에 투자해도 좋을 것 같다.
빛번짐과 안구건조증이 있었다면 수술 후 더 심해진다는데?
이건 필연적인거라고 보면 된다. 부작용이긴 하지만 수술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감안해야 하는.
빛번짐은 눈이 건조해지는 이유도 있지만 눈의 동공크기와 수술 시 절삭면의 면적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데, 그 차이의 정도에 따라 빛번짐이 심하기도 적기도 하다. 그렇다고 의사에게 절삭면을 넓게 깎아달라, 혹은 좁게 깎아달라고 주문할 수 있는게 아니다. 검안 시 각자 눈의 동공크기, 각막두께, 근난시의 정도, 등등 여러가지 조건을 보고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의사의 성향에 따라 일부러 더 많이 깎기도, 적게 깎기도 하므로 지난글에서 다룬 것과 같이 3곳 이상을 다녀보며 어떤 이유로 많이/적게 깎겠다고 했는지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어릴때부터 난시가 있었던 터라, 전등을 보면 빛이 뽀얗게 보이거나 성게같이 삐죽삐죽 퍼져 보이는게 원래 그런건줄 알았다. 하품해서 눈물이 고이고 속눈썹까지 젖어있다면 가로등의 빛퍼짐이 지나다니는 사람들 머리 위까지 내려와 보이기도 했다. 수술 후 회복기동안 어느날은 빛퍼짐이 전혀 없었다가, 어느날은 빛퍼짐이 성게처럼 보였다가 들쑥날쑥 했지만 가장 심했던 날조차 원래 내 눈에 보이던 것에 비하면 약과였다. 시력이 완전히 올라오고 부터는 빛퍼짐이 거의 없어졌지만, 이게 드문 케이스가 아니라서 단순히 내 눈 동공 사이즈와 절삭면적 수치를 공개하며 '이렇게 했어요~ 참고하세요~' 하면 안될 것 같다.
그 다음으로 안구건조증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각막이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고 있는 상태여야 회복이 빨리 되기 때문에 인공눈물을 수시로 자주 점안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거의 상식처럼 많이들 알고 있다시피, 인공눈물을 자주 넣다보면 오히려 자체적인 눈물량 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겨 눈이 더 건조해지기 마련이다. 아마도 그래서 라식라섹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필연적인 부작용으로 따르게 되는 것 같다. 인공눈물 처방으로 건조증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연고까지 쓰게 되는데 안연고가 맞지 않을 경우 눈에 더 자극이 되고 염증반응까지 일으켜 눈이 더 건조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수술 후 어느정도가 되면, 우리 눈의 자가조절기능이 점차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인공눈물 사용빈도나 히알루론산 농도를 조절해보는 것을 권한다. 눈수술 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인공눈물을 공급해줘서 눈을 충분히 촉촉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때 잘만하면 내 눈의 자가조절능력을 회복시켜 안구건조증을 완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안구건조증 치료법을 총동원해도 오히려 더 건조해져서 눈시림과 실눈꼽, 결막염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다가 인공눈물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안구건조증이 어느날 그냥 없어졌다.
절대 이것만은 하지 말자 : 잠들기 전 스마트기기 사용
앞서 블루라이트 차단안경에 대해 언급하면서, 블루라이트가 시력저하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각성효과를 일으켜 숙면을 방해하고 눈에 피로감을 유발한다고 했다. 논문이나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는 귀찮아서 모르겠지만, 체감상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모니터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 같다. 이제는 하루종일 모니터를 보고 문서 작업을 하고 새벽 2-3시까지 밤새워 공부를 해도 눈이 피로하거나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나지만, 어쩌다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유튜브를 보게 되서 연달아 영상 여러개를 보고 잠들면, 그 다음날 눈이 너무너무 건조해서 눈이 눈꺼풀에 붙은듯 진짜 안떨어진다.
원래 스마트폰이라고 썼다가 스마트기기라고 수정했다. 아이패드가 있어도 꼭 출력해서 종이로 봐야 내용이 머리로 들어오는 느낌에 출력을 고집했었는데, 근래들어 아이패드로 문서 보는게 편해져서 아이패드로 밤늦게까지 문서를 보게 됐다. 그랬더니 아이폰으로 유튜브를 보다 잘 때와 같이 다음날 눈에 건조함과 작열감이 올라오더라.. 촉촉한 눈을 위해 밤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저번 라섹후기를 올리면서 앞으로 두개만 더 간단하게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꺼도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 버려서 또 잘랐다 ㅠ 인공눈물 조절해서 안구건조증 완치한 내용은 다음글에서...
수술한 병원 추천이나 지인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제 진심어린 당부와 정성이 담긴 후기글의 진정성이 자칫 병원 홍보로 퇴색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본 포스팅의 불펌, 재편집 및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병원 정보 외에 궁금하신 점은 댓글을 달아주시면 최대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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