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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섹후기] 경과기록 - part I 수술당일~10일차

Nana✤ 2023. 8. 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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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당일 수술기

나는 오전 수술이었다. 도착해서 담당의사와 최종적으로 눈 체크를 다시 한 번 했다. 일반적인 시력검사차트를 읽는 방법으로 시력측정을 하고 각막 두께를 다시 재고... 또 뭘 검사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정도 했던 것 같다.

검사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니 수술실로 들어오라고 호명한다. 수술대기실에는 고등학생 또는 갓 스무살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먼저 들어와 앉아있었다. 이 병원에 의사가 여럿인데 나랑 같은 시간대에 수술하는 다른 의사 담당 환자라고 했다(공장형병원 아님). 근데 애 상태가 좀 많이 안좋아보였다. 간호사가 손잡아주고 달래는데도 진정하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고 난리였다. 같이 대기하는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그러고 있으니 괜시리 덤덤하던 나까지 정신없어 동요될 뻔 했다. 그쪽을 신경쓰지 않으려 내 준비를 도와주던 간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쌤도 혹시 수술하셨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라식을 했다고. 수술할 때 마취하면 진짜 안아프더냐, 마취해도 하는 느낌은 다 들더냐, 등등 긴장을 풀려고 말걸었던건데 묻다보니 괜히 겁이나는거다. 그러는동안 앞에 앉아있던 남학생은 결국 진정이 안되서 대기실에서 나갔다. 그 애가 나가는걸 보자 그쪽을 애써 무시하던 나도 그만 벙 0ㅁ0... 간호사쌤이 나이 서른 넘은 나에게 곰인형을 가져다 안겨주었다.

치과의자처럼 생긴 수술대에 누워 머리를 고정하고 기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 위치에 맞췄다. 그리고 수술 시작. 마취약은 왼쪽부터 넣었는데 수술은 오른쪽부터 했다. 오른쪽을 할 때에는 마취가 잘 먹은 후에 해서 버틸만 했다. 내 수술은 의사가 먼저 칼로 각막을 직접 깎아내는 단계가 있었는데(이 단계도 기계가 레이저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손으로 직접 깎아내는게 통증인가 부작용인가 덜할 수 있다고 했던 듯), 이 때 눈앞에 칼날이 왔다갔다 하며 각막을 건드리고 물을 뿌려대니 정면에 봐야 하는 레이저 점이 자꾸 가려져서 당황했었다. 눈 앞에 뭐가 자꾸 어른거리니 다른쪽 눈도 질끈 감기려 한다. 하지만 레이저 초점을 놓치지 않으려면 다른쪽 눈이라도 앞을 초점을 맞추고 있어야 할 것 같아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다. 나처럼 칼로 직접 각막을 벗겨내는 경우 눈에 압이 가해지는건 느껴질 수 있지만, 마취를 해놓기 때문에 전혀 아프지는 않다. 심지어 물을 계속 뿌려주니까 왠지 시원한 느낌도 드는? 그래도 바짝 긴장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다보니 진이 빠질 뿐이다. 수술받는 내내 몸은 긴장해도 눈에는 힘을 최대한 빼기 위해 릴렉스하려고 노력했다.

왼쪽눈을 할 때에는 살짝 통증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마취약은 먼저 넣었는데 수술을 뒤에 해서 그새 약효가 살짝 풀린것인지. 레이저가 조사되는 동안에는 눈에 통증이 없어야 하는데 살짝 아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왼쪽눈은 마취약을 추가로 더 넣어가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집에 오는 길에는 마취가 덜 풀려 아픈 줄 몰랐다. 한창 낮이라 햇빛이 강해서 눈을 바로 뜨기 힘들기 때문에 택시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더니 멀미가 났을 뿐.. 집에 도착해 밥을 먹으려는데 서서히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이 시작됐다. 왼쪽눈은 마취가 풀리려는 상태로 시작해 통증을 느끼고 눈에 힘이 들어간 채로 받아서 그랬는지, 절삭량이 더 많아서 그랬는지, 왼쪽눈만 약간의 열감도 느껴지는 듯 하고 시려서 눈 뜨기가 힘들었다. 통증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눈에 자갈이 굴러다니는 느낌, 눈에 사포질 하는 느낌 등이라던데 내 느낌엔 속눈썹이 안으로 말려서 자꾸 눈을 찌르는 듯한 고통 정도였다. 집이 남향집이라 대낮에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니 더 눈 뜨기가 힘들어 빛을 등지고 있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아침부터 내내 얼굴에 힘주고 긴장했다보니 턱관절도 아프고 약간의 두통도 느껴지는듯 했다. 밤 7시경 해가 진 후로는 눈을 조금 뜰만 했으나 왼쪽눈은 여전히 시렸다.

 

2일차

자고 일어나니 왼쪽눈에 전날 같은 통증은 없지만 이제 양쪽눈에 비슷한 눈시림이 있다. 아직 세수를 하면 안되는데 너무 꿀잠잤더니 눈꺼풀까지 기름져서 인공눈물을 넣을때마다 따가웠다. 그래서 눈가를 제외하고 가볍게 세안도 했고 클렌징워터 적신 화장솜으로 눈두덩이도 살살 닦았다. 그러고나니 더이상 인공눈물을 넣을때 따갑지 않았다.

오전 11시쯤 되니 다시 왼쪽눈에 눈시림과 따가움이 잠시 느껴지다가 말았고, 이후 쭉 그냥 있을만 했다. 내가 수술한 병원에서는 실내에서 암막커튼이니 선글라스니 다 필요없고 편하게 일상생활 하라고 했고, 나 스스로도 별 필요를 못 느껴서 수술 당일에만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꼈을 뿐 이후에는 안끼고 일상생활 했다.

사실, 전날 수술 대기중에 1-2주 내로 문서작업을 해서 보내야 하는 일이 생겼었다. 보호렌즈 빼면 할 생각이었는데 눈도 뜰만하고 아프지 않아서 2일차에 바로 문서작업 해버렸다.

밤 8시쯤, 2일차부터 무리한 대가로 갑자기 오른쪽 눈이 눈도 못뜰 정도로 엄청 따가우면서 눈물이 줄줄 났다. 처방받았던 약들 넣으란걸 넣고 나니 통증은 진정됐다. 비상시를 대비해 받은 진통제는 먹지 않았다. 내생각엔 아무리 따끔거리고 통증이 심하다해도 하드렌즈에 십수년 단련된 사람이라면 견딜만 할듯하다.

문서작업 하려고 랩탑을 켰을때, 부팅화면에 보이던 제품로고가 전에 없던 후광을 달고 있는 듯이 보이면서 약간의 빛무리를 인지했다.

 

3일차

아침부터 양쪽눈이 둘다 경미한 시림이 있어 눈을 오래 뜨고 있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건조해서 시린, 딱 그 느낌이었다. 항생제 소염제 넣을 시간이 되가면 타이머 맞춰놓은 것처럼 한번씩 따끔했고, 항생제 소염제도 따가워서 인공눈물을 한쪽당 한개씩 들이부었었다.

폰화면은 누렇게 조정하고 다크모드나 밝기조정 해두면 볼 수 있는데, 랩탑화면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둘쨋날 눈이 편하게 보일 때 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4일차

회복기 전체를 통틀어 제일 고통스러웠던 날이다. 원래 이 날이 병원에서 물세안이 가능하다면서 통증도 잦아들거라고 했던 날인데, 난 이 날이 최고조였다. 아침 눈시림과 따가움이 심해져 눈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간접 자연광은 괜찮은데 거실로 쨍하게 들어오는 햇빛이나 전등빛에는 눈이 시렸다. 세수를 하고 눈에 인공눈물을 들이부어도 따갑고 쓰렸다.

밤 6시쯤 되니 눈을 뜨고 있을만 했는데 가까운 사물이나 글씨를 볼 때 흐릿하고 번져보였다.

 

5일차

여전히 햇빛들면 시리고 눈부시지만 빛을 등지고 앉아 있거나 방에서 간접 자연광을 보는 것은 괜찮았다.

병원에 경과보러 가야해서 선글라스를 쓰고 첫 외출을 했는데 밖에 나가니 통증이 없어졌다.

각막은 잘 아물었는데 아직 약하니까 보호렌즈는 며칠 더 끼고 있기로 하고 교체만 했다. 보호렌즈 교체 후 전체적으로 뿌옇고 가까운 글씨는 엄청나게 번져보였다. 이날부터 항생제 안약만 넣으라고 했다.

집에 온 이후로 눈시림이 없어지고 눈이 편하게 번쩍번쩍 떠졌다. 하드렌즈 끼느라 눈이 시큰거려서 눈을 항상 반만뜨고 다녔는데, 이렇게 눈을 편히 환하게 떠본게 얼마만인가 싶었다. 아마도 중간중간 임시방편으로 소프트렌즈 꼈을때 잠깐?

 

6일차

보호렌즈 교체 후 뿌옇던 것도 없어지고 맑게 보였다.

가까운 글씨는 잘 보이는데 멀리 티비에 보이는 글씨가 살짝 겹쳐보였다. 한쪽씩 눈을 가리고 보면 왼쪽눈은 초점은 맞지만 흐리게, 오른쪽 눈은 초첨도 안잡히다가 천천히 잡히면서 흐리게 보였다. (한쪽눈씩 가리고 보는거 병원에서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데.. 당장 시야가 흐리고 초점이 안맞으니 계속하게 된다)

그마저도 밤 9시쯤 인공눈물 넣는 순간 선명하게 잘보이기 시작했다.

빛번짐은 빛을 보면 그 빛 근처가 달무리랄까? 안개낀듯 뿌옇게 보이는건 있지만 2일차에 인지했던 수준은 아니다. 새벽에 잠시 깼었는데 저녁때 잠시 빛이 번져보이던 것도 잦아들었다.

 

7일차

하루종일 글씨는 못 읽었다. 두개씩 겹쳐 보이고 어른거렸다. 왼쪽눈은 그나마 좀 보이는데 오른쪽이 특히 흐리게 번져보였다.

 

8일차

대체적으로 다시 맑고 깨끗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멀리 있는게 잘 보이고 가까운 글씨가 (오른쪽 눈이 흐리게 보여서) 겹쳐보였다.

보호렌즈 제거하는 날이었는데 다른 사람들 후기를 봤더니 대부분 보호렌즈 제거 후 더 뿌옇게 보인다고 하는 것 같아 가면서도 걱정이 됐다. 그러나 걱정만큼 뿌옇지 않았고 경과도 좋았다. 양안 안압 8.

항생제는 오늘까지만 넣고 내일부터 1개월차 검진날까지 중단했던 소염제만 다시 넣으라고 했다. 보호렌즈 빼고 돌아오는 길에 또 오른쪽 눈이 따끔 하더니 계속 이물감이 있었고, 항생제를 원래 시간보다 좀 더 일찍 넣었더니 괜찮아졌다.

시력교정 수술 후 눈이 뿌옇게 보이면서 초점이 잘 안맞는 이유는, 만약 인공눈물을 넣으면 선명해진다면 단순 건조함 때문이므로 인공눈물만 자주 넣어줘도 된다고 한다. 그게 아닐 경우 가능한 원인은, 수술 후 각막 모양은 변했지만 초점을 맞추는 눈의 근육이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곧바로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눈 조절력이 원래 좋았던 사람이라면 수술 후에도 이 근육이 더 빠르게 단련되어 선명도가 빨리 돌아오는 편이라고 한다. 나는 여러 병원에서 검안을 받을 때마다 측정을 몇번씩 더 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을 정도로 근육을 끌어다 쓰는 힘이 강하다 조절력이 너무 좋다고 했어서, 이런 설명을 들으니 뿌옇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안심하게 됐다.

또 카페에서 본 어떤 글에서는, 의사들은 노안이 올것을 대비해 교정시력을 1.0 이하로 잡고 수술을 하지만 사람마다 눈의 조절력이 좋으면 1.0 그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나도 시력이 1.0 이상으로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생겼다.

 

9일차

아침에만 잠깐 오른쪽 눈 이물감을 느꼈지만 인공눈물을 많이 넣으면 괜찮았다. 눈 조절력은 다시 어느정도 올라온 것 같고 아마도 건조해서였던듯 했다. 그 후 내내 딱히 거슬리는 불편함은 없었다.

달무리 같던 빛무리는 언젠가부터 완전히 없어졌고, 빛번짐만 어두운 배경에서 빛을 볼 때나 미세하게 약간 있는 정도이다. 아래 카메라 렌즈 테스트 사진 기준으로, f/4 ~ f/2.8 정도. 수술전 내 눈은 안경이나 렌즈를 끼고도 야간 빚번짐이 f/22, f/16 수준이었기 때문에 f/4로 남는다고 해도 감지덕지였을거다.

photo by Pye Jirsa, from SLR Lounge (사진 클릭시 출처원글로 새창 이동)

 

10일차

뿌옇고 흐리게 보이는 것은 확연히 나아졌다. 그래도 일부러 의식하고 보면 느껴지는걸 보니, 이 부분에 대해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무던해진 것 뿐인듯도 하다. 정확하게는 지금껏 오른쪽 눈이 뿌옇게 보여 초점이 안맞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이번엔 왼쪽 눈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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