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차
원래 시력이 한번에 쭉 올라오는게 아니라 서서히 올라오는거고, 양쪽이 똑같이 오르는게 아니라 양쪽눈이 따로따로 들쑥날쑥 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기록을 하려다 보니 이쪽 저쪽 왔다갔다 하는게 인지가 되서 더 들쑥날쑥하게 느껴졌다. 보호렌즈를 제거한 다음날인 9일차부터 20일차까지 계속 좌안, 우안 번갈아가며 흐릿해서 일일히 기록하기도 지겹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냥 이젠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맨날 바뀔건데, 하며 체념하게 된 것 같다.
마치 체념하길 기다렸다는 듯, 마음을 비우자마자 21일차인 오늘에서야 우안은 완전히 안정된 듯 하고 좌안도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 24일차
이쯤되니 시력이 또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져서 충분히 시력측정을 잘 해줄 것 같아서 안경점으로 시력측정을 해보러 갔다. 다니던 안경점 안경사가 안경을 꽤 잘 맞춰줬었다. 평소 내가 불편해하던 부분을 기억했다가 병원 안경처방전을 가져가도 새안경 적응기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재량껏 조정해줄 정도. 동네사람들 중에서는 이제 아예 안과를 안가고 바로 이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출 정도로 실력있는 안경사였다.
겸사겸사 다른데서 라섹을 했다고 하면 동네 안과에서 대충 봐주거나 실제보다 낮게 재줄까 하는 의심도 있었고 (다니던 곳만 해도 워낙 이런저런 전적이 있으니 믿을 수가 없었음), 수술받은 병원에서는 일부러 더 높게 재주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안과 아닌 곳을 간 이유도 있었다.
아무튼 안경점에서 재보니, 양쪽 눈 근시는 다 빠졌는데 왼쪽 눈에서만 난시가 4단계정도 잡힌다고 했다. 시력은 각각 0.7, 0.8. 안과에서는 근시가 빠졌는지 난시가 빠졌는지,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환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까봐 그러는지 딱히 언급을 안하더라.
난시가 4단계 잡힌다는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가서 따로 찾아봤다. 원하는 답은 찾지 못했지만 대신 새로운걸 알았다. 라섹수술 후 난시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영구적으로 남는 경우는 1% 남짓이란다. 필요한 경우 9개월까지도 소염제 안약 써볼 수 있고,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하니 이제 겨우 24일차이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난시가 있다는 것은 빛번짐이랑 직결되는건데 난 이미 수술전에 엄청 심하던 빛번짐이 거의 다 없어진 상태니까 별로 걱정스럽지 않았다.
■ 27일차
안경점에서 근시는 다 빠졌다 좌안만 조금 남아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난 후 잊고 있었는데, 좌안도 우안만큼 안정기를 찾은듯 더이상 흐릿해지지 않는다.
■ 29일차
방심했나? 반려묘 때문에 긴급하게 동물병원에 가느라 정신이 없어 인공눈물을 못챙겨나갔다. 건조함을 느꼈는데도 가져온 인공눈물도 없고 근처에 약국까지 보이지 않아 인공눈물을 못넣었더니 건조하고 침침했다. 밤에 f/9 정도의 빛번짐이 보였고 시야가 전체적으로 안개낀듯 뿌얘졌다. 이번엔 시력이 올라오느라 들쑥날쑥하며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 건조함으로 인해 그냥 뿌얘지는 것이었다. 이정도의 증상에 더이상 놀라지 않는 경험치가 생겼다.
■ 31일차
수술한지 한달째 되는 검진날이었다. 이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놨다고 정신줄까지 내려놨는지 새벽 4시까지 폰으로 유튜브보다가 늦게자서 아침에 눈에 불 붙는 줄 알았다. 눈이 눈꺼풀에 딱 달라붙은듯 안떠지는데 뜨려니 따갑고 쓰려서 인공눈물 한통씩 넣어야 했다. 병원가는 길에도 내내 얼얼하더니 도착해서 검안했더니 눈이 아주 깨끗하고 좋다고. 음? 인공눈물빨인가?
아무튼 시력은 좌우 각각 0.9, 1.0. 사실 좌안은 더 보이기는 했지만 선명하게 정확히 보이는건 아니라서 그냥 안보인다고 한거였다. 안경점에서 재본지 일주일 만에 시력이 0.2-0.3씩 올랐다는건데. 정말 이럴수가 있는건지, 아니면 내 예상대로 수술한 병원이라서 좋게좋게 올림처리해서 부른건지 알 수가 없지만 일단 기분은 좋았다.
안압은 좌8 우6 인데, 안압은 낮은게 낫다고 괜찮다고 한다. 안약 넣는게 (플루메토론 류 소염제) 안압을 낮추는 부작용이 있어 그런 것이고 앞으로 끊게되면 다시 정상으로 올라갈거니까 지금 상태에선 낮은게 낫다는. 이제 시력이 쭉쭉 오를 일만 남았다며 두달 후에 검진오라고 했다.
이후 시력이 오르는건 내가 체감할 수 없는 부분이라 잘 모르겠지만 글씨가 다시 흐릿하게 보이는 일은 더이상 없었다.
■ 1주차~1년차 시력측정 기록
1주차 (병원/약식) - 0.7 0.8
24일차 (안경점) - 0.7 0.8 (좌안 난시 4단계. 양안 근시 없음)
1개월차 (병원/약식) - 0.9 1.0 (선명하지 않은 것은 일부러 읽지 않음)
4개월차 (병원/약식) - 1.0 1.2 (선명하지 않은 것은 일부러 읽지 않음)
6개월차 (병원/약식) - 1.2 1.5 (선명하지 않아도 보이는대로 읽어보라고 해서 최대한 읽음)
1년차 (내과/건강검진) - 1.2 1.2 (워낙 빠르게 휙휙 넘어가다보니 나도 대충 읽음)
1.5년차 (안과/건강검진) - 1.2 1.2
■ 수술 전 눈 상태와 수술내용(?)
*모든 수치는 0.5 또는 10 단위로 올림/내림처리 한 수치임.
수술전시력 - 좌 -6(-1), 우 -5.5(-1)
각막두께 - 좌우 500 초반
예상절삭 - 90, 80
예상잔여 - 410, 420
실제절삭 - 80, 70
실제잔여 - 420, 430
길어질 것 같아 미루고 미루던 라섹후기 글이 끝이 났다. 포스팅 1-2개면 다 쓸 것 같았는데 막상 써보니 읽기 싫게 길어져서 자르고 자르다 경과기록만 3편이 나오게 됐다.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받지 않고 바라지도 않기 때문에 병원 정보는 공유하지 않을 생각이고, '나 이렇게 수술 잘 됐으니 모두들 어서가서 하세요~' 하는 장려글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력교정술은 이제는 많이 안정화 된 수술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위험성을 많이 간과하고 광고나 마케팅 상술도 많아진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감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남겨놓고 싶었다. 부족한 글이지만 내가 많이 준비하고 수술했던 경험담과, 한달여간 들쑥날쑥하는 시력만큼이나 마음도 들썩거리고 조마조마하며 남겼던 경과기록들이 수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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